독일 슈투트가르트대 고성능컴퓨팅센터의 HAWK 슈퍼컴퓨터는 액체냉각을 쓴다.
연구진은 21개월 동안 쌓인 운전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버와 냉각설비의 전력소비를 함께 계산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외기온도가 동일할 때 냉각수를 17도로 보낸 경우와 27도로 보낸 경우를 비교하자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27도 쪽이 전체 전력을 약 3.5% 더 썼다.
그런데 데이터센터에서 널리 쓰는 효율지표인 PUE는 오히려 더 낮았다. 1
효율을 나타내는 숫자는 좋아졌는데 전기는 더 쓴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PUE가 재는 것은 따로 있다
PUE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을 서버 같은 IT 장비의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IT 장비가 100을 쓰고 냉각과 전력설비까지 합친 전체가 120을 쓴다면 PUE는 1.2다. 1에 가까울수록 IT 장비 밖에서 드는 전력이 적다.

HAWK의 실제 운전자료에서는 냉각수를 더 따뜻하게 했을 때 냉각계통의 전력소비가 한 조건에서 60% 넘게 줄었다. 반면 IT 장비의 전력은 약 3% 늘었다. 1
냉각수 온도가 올라가면 칩도 더 뜨거워질 수 있고, 그만큼 서버의 전력소비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냉각설비는 전기를 덜 쓰는데 서버는 더 쓸 수 있다.
PUE는 이 둘을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 냉각설비 전력이 줄고 IT 전력이 늘면 PUE는 낮아지기 쉽다. 하지만 서버에서 늘어난 전력이 더 크면 전체 전력은 오히려 늘어난다.
HAWK의 운전자료로 검증한 모델에서 그런 경우가 나온 것이다.

가장 좋은 냉각수 온도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냉각수를 항상 차갑게 보내는 것이 답도 아니었다.
HAWK 모델에서는 외기온도가 낮을 때는 차가운 냉각수가, 높을 때는 더 따뜻한 냉각수가 전체 전력을 줄이는 데 유리했다. 1
가장 효율적인 냉각수 온도는 외부 환경과 서버 상태에 따라 달라졌다.
액체냉각에서는 냉각장비만 따로 최적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냉각수 온도 하나를 바꿔도 서버와 냉각설비의 전력소비가 함께 달라진다.
LG는 칩부터 냉동기까지 묶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최근 내세운 **‘Chip-to-Chiller’**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칩의 열을 받아내는 콜드플레이트부터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건물의 대형 냉동기까지 하나의 냉각계통으로 묶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 9월 이 장비들을 함께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도 공개했다. 냉각부하를 예측해 CDU와 냉동기 등의 운전을 함께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2
한국에서는 사업 확장도 빠르다. LG전자는 10월 1일 미국에 AI 데이터센터용 냉동기 생산시설을 새로 만들고 평택과 창원의 생산능력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
냉동기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 칩 가까이의 냉각까지 다루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PUE의 역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PUE는 여전히 데이터센터를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올해 1월 ISO와 IEC는 PUE 국제표준의 두 번째 판을 발행했다. 3
EU 집행위원회도 9월 데이터센터의 공통 등급을 정하는 규정을 채택하면서 PUE를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았다. 10월 12일 현재 이 규정은 유럽의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4
PUE가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서버를 돌리기 위해 냉각과 전력설비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추가로 쓰는지 비교할 때는 여전히 유용하다.
다만 그것을 데이터센터 전체의 에너지효율과 같은 뜻으로 읽기는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효율 협력 프로그램인 4E도 올해 액체냉각을 분석하면서, 실제 절전효과가 PUE에는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5
HAWK에서는 반대 방향의 현상까지 나타났다.
PUE가 좋아졌는데 전체 전력은 늘었다.
무엇의 효율을 재고 있는가
데이터센터의 효율은 한 가지가 아니다.
냉각과 전력설비가 얼마나 적은 전력을 쓰는지, 데이터센터 전체가 얼마나 적게 쓰는지,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해내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AI 서버가 더 많은 열을 내고 액체냉각이 칩 가까이 들어오면서 이 차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효율을 숫자로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무엇의 효율을 재고 있는가.
PUE가 낮아졌다는 말과 전기를 덜 썼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각주
1. Mashhur Gheni, Henner Kerskes, Konstantinos Stergiaropoulos, “Operational analysis of the cooling system in a direct liquid-cooled data center: a measurement and simulation study on the impact of supply water temperature,” Applied Energy 403 (2026), 127061. DOI: 10.1016/j.apenergy.2025.127061. 21개월 실제 운전자료의 17°C·약 25°C 비교에서는 액체냉각 계통 전력이 최대 63.3% 감소하고 IT 전력이 약 3.15% 증가했다. 17·22·27°C 비교와 전체 전력·PUE의 역설은 검증된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외기 습구온도 5°C에서 전체 전력은 각각 2,995.4kW(17°C), 3,103.5kW(27°C)였다. 논문 원문
2. LG전자, “LG Electronics Showcases ‘Chip-To-Chiller’ Cooling Solutions at Data Center World Asia 2026,” 2026-09-29; “LG Electronics Expands Chiller Production for AI Data Centers to Three Factories,” 2026-10-01. 시스템 구성·냉각관리 소프트웨어는 LG전자의 제품 및 사업 설명이며, HAWK 연구의 실측 또는 독립 검증 결과가 아니다. Chip-to-Chiller · 생산시설 증설
3. ISO/IEC 30134-2:2026, Information technology — Data centres key performance indicators — Part 2: Power usage effectiveness (PUE), Edition 2, 2026-01. ISO/IEC 표준
4.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stablishing a common Union rating scheme for data centres, C(2026)03472, 2026-09-21. 유럽의회 절차 2026/2895(DEA)는 2026-10-12 현재 위원회 결정 대기 상태이며, 10월 6일 심사기간이 2개월 연장됐다. 유럽의회 공식 절차
5. IEA 4E EDNA, Liquid Cooling in Data Centres, 2026-06-22. 액체냉각을 통한 실제 에너지 절감효과가 PUE 지표에는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식 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