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망원경과 함께 사용할 스타셰이드를 연구하던 NASA 지원 연구진은 뜻밖의 문제에 부딪혔다.
태양계 밖의 행성을 직접 촬영하려면 먼저 그 행성이 도는 별의 빛을 가려야 한다. 별은 스스로 빛나지만 행성은 그 빛의 일부만 반사한다. 별빛이 조금만 새어 들어와도 행성의 희미한 빛은 묻힌다.
이를 위해 연구되는 장치가 스타셰이드(starshade)다. 거대한 꽃 모양의 가림막을 우주망원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 먼 별의 빛이 망원경에 들어오기 전에 가린다. 아직 실제 관측 임무에 투입된 장비는 아니며, 미래의 외계행성 관측을 위해 개발·시험되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빛이 문제를 만든다. 우리 태양에서 온 빛이다.
태양빛이 스타셰이드의 꽃잎 가장자리에 닿아 흩어지면 일부가 망원경까지 들어올 수 있다. NASA가 지원한 연구진은 이 가장자리를 약 300나노미터 두께까지 날카롭게 만들었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1 수준이다.
그래도 산란광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가장자리를 검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기존 초흑색 코팅이 검어지는 방식에 있었다. 탄소나노튜브나 삼차원 미세구조를 이용한 코팅은 표면 위에 일정한 높이의 구조를 만들어 빛을 가둔다. 매우 검지만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가 될 수 있다. 300나노미터짜리 날에 입히면 정교하게 만든 끝이 둔해지고, 그 때문에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산란광이 다시 늘어난다.
스타셰이드에는 매우 검으면서도 극도로 얇은 코팅이 필요했다.
ZeCoat가 개발한 코팅은 높은 미세구조 대신 매우 얇고 부분적으로 빛을 통과시키는 금속층과 유전체 유리층을 여러 겹 쌓았다. 층의 두께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빛이 나노미터 크기의 공동 안에서 정상파를 이루고, 그동안 금속층이 에너지를 흡수한다.
탄소나노튜브가 깊은 숲 속에서 빛의 탈출을 어렵게 한다면, 이 방식은 얇은 층 안에서 빛이 반복해 머물게 하는 것에 가깝다.
두께는 기존에 검토한 코팅의 약 100분의 1이었다. 50센티미터 길이의 시험용 스타셰이드 날에 적용하자 반사광은 약 20분의 1로 줄었다.1
날카로운 형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광흡수 성능을 얻은 것이다.
99.995%를 흡수한 탄소 숲
그렇다고 가장 낮은 반사율 기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9년 MIT 연구진은 알루미늄 위에 탄소나노튜브를 성장시키다가 유난히 검은 표면을 발견했다. MIT는 들어오는 빛의 최소 99.995%를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알려진 다른 초흑색 재료보다 되돌아오는 빛의 양이 약 10분의 1 수준이었다.
원리는 1부에서 본 초기 Vantablack과 비슷하다. 수많은 탄소나노튜브 사이로 들어간 빛이 여러 차례 방향을 바꾸면서 빠져나올 기회를 잃는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의 목표는 초흑색 기록이 아니었다. 알루미늄 표면의 자연 산화층을 무너뜨려 탄소나노튜브와 금속을 직접 결합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예상 밖의 광흡수 성능을 발견했다.2
그렇다면 99.995%보다 작은 숫자를 가진 재료는 언제나 덜 검을까.
빛의 종류를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
사람에게 검은 물체가 센서에는 밝을 수 있다
일본 Koyo Orient의 Musou Black은 붓이나 에어브러시로 칠할 수 있는 초흑색 아크릴 페인트다.
빛은 파장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은 대략 380나노미터에서 780나노미터 사이에 있다. 제조사 자료에서 Musou Black은 가시광의 약 99.4%를 흡수하며, 그 안쪽인 550나노미터 파장의 빛에서는 약 0.6%가 되돌아온다.
파장이 더 길어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950나노미터에서는 반사율이 2.0%, 1500나노미터에서는 10.7%로 올라간다. 두 파장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 영역이다.
사람에게는 매우 검게 보인다. 하지만 1500나노미터를 사용하는 센서에는 들어온 빛의 약 10분의 1을 되돌려주는 표면이다.
Koyo Orient는 적외선 장비를 위해 다른 초흑색 재료도 개발했다. IR Flock Sheet는 550나노미터와 950나노미터에서 반사율 0.3%, 1500나노미터에서도 약 0.5%를 보인다. LiDAR와 머신비전, 적외선 센서 시험 등이 주요 용도다.3
사람의 눈에는 둘 다 검다.
기계에는 같은 검정이 아니다.
너무 검으면 자동차의 모양도 사라진다
파장을 하나로 정해도 ‘검다’는 문제가 하나 더 남는다.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고 어느 방향으로 돌아오는지에 따라 같은 표면도 다르게 보인다.
2019년 BMW는 X6 한 대에 Vantablack 계열 코팅을 적용했다. 그런데 가장 검은 Vantablack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용한 것은 분사형 VBx2였다. 모든 방향으로 돌아오는 빛을 합한 전체 반구 반사율(THR)이 약 1%다. 여전히 매우 검지만 초기 Vantablack보다는 빛을 더 남긴다.
이유는 자동차의 형태였다. 볼록한 곳과 오목한 곳, 빛을 정면으로 받는 면과 비스듬히 받는 면은 서로 다른 양의 빛을 되돌려준다. 우리의 눈은 그 밝기 차이로 차체의 굴곡과 삼차원 형태를 읽는다.
반사를 지나치게 줄이면 이 단서도 함께 사라진다. Surrey NanoSystems는 초기 Vantablack을 사용했다면 X6의 삼차원 형태감을 거의 잃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Bx2의 1% 반사율은 차체의 실루엣과 굴곡을 알아볼 만큼의 빛을 남겼다.
Vantablack을 입힌 X6는 한 대만 제작한 전시용 쇼카였다. Surrey NanoSystems는 VBx2를 일상 주행에 견딜 자동차 도료로 만들려면 내구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4
반사광은 없애야 할 잡음이 될 수도 있지만, 물체의 형태를 알려주는 정보이기도 하다.
검은 자동차를 햇빛 아래에서 보면 이 방향성도 쉽게 볼 수 있다. 차체 대부분은 검게 보이다가도 보는 위치를 바꾸면 어느 순간 한쪽이 밝게 번쩍인다.
빛이 표면에 들어오는 각도를 입사각, 그 표면을 바라보는 각도를 관찰각이라고 하자. 같은 표면도 두 각도의 조합이 달라지면 눈이나 센서로 돌아오는 빛의 양이 달라진다.
이를 자세히 측정하는 방법이 Bidirectional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 줄여서 BRDF다.
이름은 길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입사각과 관찰각을 바꿔가며 각 조합에서 얼마나 많은 빛이 돌아오는지 측정한다. 어느 방향에서 비추고 어느 방향에서 볼 때 표면이 얼마나 밝아지는지를 지도로 만드는 셈이다.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Vantablack, Musou Black 페인트, Musou의 검은 천, 검은 벨벳과 일반 검은 페인트를 같은 장비에서 비교했다. 연구진은 재료마다 2만4488개의 입사각·관찰각 조합에서 반사 밝기값을 얻었다.
그 값을 어두운 것부터 밝은 것까지 늘어놓으면 재료마다 차이가 보였다. 절반 지점의 밝기값은 Musou의 검은 천이 가장 낮았다. 측정한 각도 조합 전체에서 전형적인 반사 수준이 특히 낮았다는 뜻이다.
반면 밝은 쪽 끝에서는 Vantablack이 앞섰다. 전체 값 가운데 밝은 쪽 1%에 가까운 99번째 백분위에서도 Vantablack의 반사가 가장 낮았다. 다른 재료들이 특정 각도에서 상대적으로 밝아질 때도 Vantablack은 그 반사를 더 강하게 억제했다.
쉽게 말하면 Musou의 검은 천은 전형적인 각도 조합에서 특히 어두웠고, Vantablack은 밝은 반사가 나타나는 불리한 각도 조합에서도 가장 어두웠다.
연구진은 BRDF 데이터를 이용해 각 재료로 된 공을 컴퓨터에 재현하고 36명에게 어느 표면이 더 어둡게 보이는지도 평가하게 했다. 조명이 강해질수록 일반 검은 페인트와 초흑색 재료의 차이가 커졌고, Vantablack과 Musou의 검은 천은 세 조명 조건 모두에서 가장 어둡게 평가됐다. 사람의 판단과 물리적인 반사 측정은 상당히 잘 맞았다.5
배플에는 다른 검정이 필요하다
망원경이나 카메라 안에는 렌즈 주변에서 튄 빛이 센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검은 차광 구조가 있다. 배플(baffle)이다.
배플은 스타셰이드와 요구조건이 다르다. 극도로 얇은 가장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여러 방향과 넓은 파장 영역에서 빛을 줄이고, 복잡한 금속 부품에 안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2025년 발표된 한국 연구진의 연구는 광학장비에 쓰이는 Al6061 알루미늄 합금 위에 탄소나노섬유(CNF)를 직접 성장시키는 방법을 다뤘다.
탄소나노섬유가 빛을 흡수하는 원리는 탄소나노튜브와 비슷하다. 촘촘한 탄소 구조 사이로 들어간 빛이 여러 번 부딪히면서 빠져나오기 전에 흡수된다.
관건은 이 구조를 실제 알루미늄 부품 위에 균일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연구진은 알루미늄 표면의 다공성 산화층 안에 니켈 촉매를 자리 잡게 한 뒤 열 화학기상증착(CVD)으로 탄소나노섬유를 직접 성장시켰다. 별도로 만든 검은 막을 붙이는 대신 부품 표면에서 초흑색 구조 자체를 자라게 한 것이다.
검은 아노다이징 Al6061의 크롬이 풍부한 표면층도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크롬과 니켈의 계면이 촉매를 안정시키고 탄소나노섬유의 균일한 성장과 코팅의 기계적·자외선 안정성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최적화된 코팅은 0.3마이크로미터에서 2.5마이크로미터까지 평균 약 99%, 2.5마이크로미터에서 15마이크로미터까지의 적외선 영역에서도 평균 약 98.5%의 빛을 흡수했다. 여러 입사각에서도 높은 흡수율을 유지했다.
표면은 물을 잘 밀어냈고, 기계적 자극과 자외선 시험에서도 안정성을 보였다. 넓은 파장과 여러 방향의 빛을 다루면서 실제 금속 부품에서 버텨야 하는 배플의 요구조건에 맞춘 결과였다.
마지막 검증은 실제 배플에서 이뤄졌다. BRDF 데이터를 이용한 LightTools·Zemax 광학 시뮬레이션과 여러 입사각의 실험에서 기존 검은 아노다이징 처리보다 잡광이 10데시벨 이상 줄었다. 데시벨은 두 값의 크기 차이를 로그 비율로 나타내는 단위다. 여기서는 잡광의 세기가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는 뜻이다. 재료 수준의 흡수 성능이 실제 장비의 잡광 저감으로 이어진 것이다.6
스타셰이드와 배플은 모두 불필요한 빛을 없애지만 필요한 검정은 달랐다.
스타셰이드에는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해치지 않을 얇은 검정이 필요했다. 배플에는 복잡한 금속 부품 위에서 넓은 파장과 여러 방향의 빛을 흡수하고 견딜 튼튼한 검정이 필요했다.
검정을 재는 질문이 길어졌다
2026년 발표된 초흑색 리뷰 논문은 이 분야를 재료(material), 사용환경(scene), 측정방법(characterization)이라는 세 요소로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7
그렇다고 99.995% 같은 기록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반사도 문제가 되는 정밀광학에서는 절대적인 반사율이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숫자만으로 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이 보는 빛인가, 적외선인가.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고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가. 평평한 시험편인가, 실제 부품인가. 장비에 넣었을 때 없애려던 빛은 실제로 줄어드는가.
‘세상에서 가장 검은 검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재미있다.
연구자들이 실제로 풀고 있는 문제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어떤 빛을,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없애려는가.
각주
1. NASA Science의 2026년 기술개발 보고는 스타셰이드가 먼 항성의 빛뿐 아니라 우리 태양에서 온 산란광도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약 300나노미터의 날 가장자리, 기존 CNT·삼차원 미세구조 코팅의 두께 문제, ZeCoat의 부분투과 금속층·유전체 유리층 다중 공동 구조, 약 100배 얇은 두께와 50센티미터 시험 날에서 약 20배 반사 감소도 같은 자료에서 확인했다. NASA Science
2. Kehang Cui·Brian L. Wardle, “Breakdown of Native Oxide Enables Multifunctional, Free-Form Carbon Nanotube–Metal Hierarchical Architectures,”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1(38), 2019, 35212–35220. 원 논문은 광대역 반사율 1×10⁻⁵를 보고했고, MIT는 측정 한계를 반영해 “at least 99.995%” 흡수라고 소개했다. 본문은 MIT의 보수적인 수치를 사용했다. ACS/DOI · MIT AeroAstro
3. 가시광의 범위를 대략 380–780나노미터로 설명한 부분은 CIE와 NIST의 표준·기술 자료에 맞췄다. Musou Black과 IR Flock Sheet의 파장별 총반사율 및 용도는 Koyo Orient 계열 제조사가 공개한 제품 데이터다. 수치는 제조사 참고값이며 동일 조건의 독립 비교시험으로 재검증한 값은 아니다. CIE · Musou Black · IR Flock Sheet
4. BMW의 2019년 X6는 Vantablack 계열 VBx2를 적용한 일회성 쇼카였다. BMW는 VBx2의 전체 반구 반사율(THR)을 1%로 제시했고, Ben Jensen은 초기 Vantablack을 적용했다면 삼차원 형태감을 잃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공식 인터뷰에서 VBx2를 일상용 자동차 도료로 만들 만큼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은 큰 기술적 과제라고 밝혔다. BMW Group
5. Jiří Filip·Radomír Vávra, “How dark is dark? A reflectance and scattering analysis of black materials,”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A 43(7), 2026, 1037–1045. 재료마다 유효 24,488개 입사·관찰 방향 조합을 측정했다. Musou fabric은 상대 휘도의 1번째와 50번째 백분위가 가장 낮았고, Vantablack은 99번째 백분위가 가장 낮았다. 36명은 측정 BRDF로 렌더링한 시료를 세 조명 조건에서 평가했으며 Vantablack과 Musou fabric이 모든 조명 강도에서 가장 어둡게 평가됐다. Optica/DOI · arXiv 공개 원고
6. Geun Tak Yuk et al., “Direct CVD Growth of Robust Carbon Nanofiber-Based Super Black Coatings on Complex-Curvature and Commercial Anodized Al(6061) for Enhanced Stray-Light Suppression in Optical Baffle Systems,” ACS Applied Engineering Materials 3(9), 2025, 3049–3064. 논문은 2025년 9월 17일 온라인 공개됐고 9월 26일 호에 실렸다. Ni 촉매 통합, Cr–Ni 계면, 300–2500나노미터 평균 99% 및 2500–15,000나노미터 평균 98.5% 흡수, 기계·UV 안정성·소수성, 실제 배플에서 기존 검은 아노다이징 대비 10dB 이상의 잡광 저감을 보고했다. ACS/DOI
7. Peilin Yang et al., “Ultra-Black Materials: Fundamentals, Design, and Applications,” Laser & Photonics Reviews 20(16), 2026, e02136. 2026년 5월 29일 최초 공개된 리뷰로, ultra-black 연구를 material–scene–characterization의 삼원 틀로 정리하고 단순 반사율 수치에서 다차원 계측으로 평가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Wiley/DOI